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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보내는 방법

Life Record

by 비일상ss 2018. 1.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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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보내는 방법



토요일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허리가 아플 정도로 시간을 보냈다. 밖은 춥고, 미세먼지에, 특별한 약속도 없으니 굳이 이불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며. 엄마는 그런 내가 한심해보였는지 주말에 뭐라도 배우라고, 영어든 가죽공예든 취미생활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느 날은 그런 소리가 너무 싫다가도, 어느 날은 열심히 자기반성을 하며 네이버에 '직장인 취미생활'을 검색한다.(물론 누워서)

마음에 딱히 드는 취미생활도 없는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귀찮고 또 무서워서 결국에는 검색창을 끄고 다시 유튜브나 보며 낄낄대는 것, 그것이 나의 요즘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월요일 점심시간이면 '주말에는 뭐했어?'라는 단골 대사를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안했다,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비참해보이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주말을 지어낼 정도로 필사적이지도 않다. 


주말을 '잘'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평일동안 내내 업무에 시달리는 것에 모자라 주말에도 영화관이나 미술관으로 나다녀야 할까?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 세상에서 나만 뻬고 모두들 그렇게 주말을 '잘' 보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아, SNS는 인생의 낭비라 했던가. 하지만 인스타그램 안 하는 친구들만 봐도 주말에 세상 그렇게 바쁜 것 같던데. 이상적인 답은 누구에게나 가치관은 주관적이니 주말을 잘 보내는 것은 1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나는 요 근래 내 가치관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자꾸만 주말을 '잘' 보내는 방법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작년 연말부터 나의 주말은 마치 다 탄 연탄재, 먹지않아 남겨진 새우튀김 꼬리같다. 대학생 때는 열정적으로 주말 약속을 만들어 여기저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는데 요즈음은 시작하기가 무섭고 귀찮다. 그런데도 종종 고개를 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참 서글프게도 '주말에 뭐라도 배워볼까 -> 검색 -> 아 귀찮아 -> 결국 아무것도 안함 -> 외로움 -> 주말에 뭐라도 배워볼까'라는 식의 도돌이표를 무한 유발하는 것이다.


말은 안하지만 동류의 사람들이 세상에 참 많을테다. 누군가는 모니터 너머로 격하게 공감해줄 것이라 믿으며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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