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둘째 날, 오후에 너무 더워 민박집으로 돌아갔더니 동갑내기 여자애 한명이 들어와 있었다. 둘 다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여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맞았고, 같이 미켈란젤로 언덕에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종종 만나고는 하는데, 한국에 와서는 거의 연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그런 만남도 장단점이 있다.
여름의 남유럽은 해가 아주 늦게 진다. 이 때도 아마 8시가 넘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구름이 너무 예뻐서 강가에서 사진을 한참동안 찍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여서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은 것이 아쉽다. 사진은 피렌체 아르노 강(Fiume Arno) 위에 있는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베키오 다리는 다리 위에 가게로 쓰이는 건물들이 있는데, 원래 푸줏간 가게가 처음 들어섰지만 지금은 보석상, 미술품 거래상, 선물 판매소 등이 들어서 있다. 강을 넘어야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갈 수 있으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속 쥰세이의 집 앞 골목을 촬영한 장소도 이 강 너머이다. 중앙역, 우피치 미술관, 대부분의 호스텔이나 한인민박들은 강북쪽에 위치한다. 밤에는 황금빛 조명과 악사들의 음악 연주로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피렌체편 클립
*Tip : 아르노 강 남쪽의 명소
피렌체에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다면 각종 관광명소가 몰려있는 강북 지역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언덕과 피티 궁전이 있는 강남 지역도 천천히 산책해보는 걸 추천한다. 일단 식당이나 젤라테리아의 물가가 저렴하고 일부 명소만 제외하면 사람들이 많지 않아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좋다. 한 스쿱에 1유로 정도 했던 저렴한 현지 젤라테리아가 있기도 하고, 핸드메이드 가죽 공방들이 몰려 있어 공산품 중심의 가죽 시장보다 더 질 좋고 특별한 제품들을 살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현지 가죽 장인들과 수다 떠는 기회를 가질수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데 머뭇거림이 없다.
또한 여유롭게 미켈란 젤로 언덕으로 가려면 무조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뒷편 언덕길로 올라갈 경우 차가 없다면 걸어서 2시간은 올라갈 생각을 해야되고, 해가 저물 때쯤에는 올라가기 정말 무섭기 때문에 유의할 것!
미켈란젤로 언덕에 있는 다비드상. 진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찍은 아르노 강 반대편의 전경. 토스카나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은 더운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이 시작하는 장면에서 피렌체의 전경이 소개된다. 이상하게 피렌체의 모든 건물들은 영화 속 필터를 낀 것처럼 아련하게 보였는데, 그건 눈부신 햇빛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저 멀리 붉은색 두오모가 보인다.
해가 저무는 베키오 다리.
다음날 오전부터 우피치 미술관에 갈 준비를 서둘렀다. 어제 함께 야경을 구경했던 K양과 함께 갔는데, 높았던 악명대로 입장하는 줄이 정말 길었다. 음성 가이드 파일을 들으면서 어떤 작품을 보고 싶은지 미리 체크하기도 하고,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어제 찍어둔 사진들을 편집하기도 하고..........
*우피치 미술관, 꼭 가야될까?
미술에 관심이 딱히 없는 사람이라면,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나는 별도로 예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줄을 오랫동안 서기도 했지만, 줄을 서는 시간과 티켓 값, 그리고 일단 내부로 들어서면 어쩔 수 없이 길게 소요될 수 밖에 없는 관람시간까지... 여행자에게 시간은 곧 돈이기에, 굳이 그 정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고, 스케쥴을 여유롭게 잡은 사람이라면 다녀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미술책에서만 보던 유명 작품을 실제로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산실을 직접 목격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예쁜 구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초점이 잘 안맞긴 하지만, 노을빛에 반사되는 골목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찍은 사진이다.
내가 피렌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오래되고 바랜 느낌이지만, 여전히 정겨운. 주말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면 오래된 앤티크 벼룩시장을 발견하고, 그곳을 기웃대다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점 주인과도 흥정할 수 있는 곳. 젤라또를 먹으면서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습작 복사본을 단돈 3유로에 살 수 있는 곳. 밤이 되면 흥겨운 음악소리에 거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
밤이 된 베키오 다리.
피렌체에서는 딱히 무언가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독일에서 유일한 한국인 교환학생으로 첫 학기를 지내면서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고, 베네치아와 베로나에서는 첫 혼자 배낭여행이라는 것에 들떠 있었다면, 피렌체에서는 정말 휴식을 하는 기분이었다. 두오모에도 올라가지 않았고, 성당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만큼 산책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광장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멍하니 지냈던 시간들이 그립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살아보고싶은 도시이다.
이제 나는 친퀘테레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Ciao Firen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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